보이지 않는 그림 - 기록되어진 소망



보이지 않는 것들은 보이는 존재들보다 더 강함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삶에 온기를 주는 것은 숨과 공기, 감정, 사랑과 같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다. ‘외유내강-진짜 강함은 약함에 감추어져 있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게 그 반대로, ‘내유외강’, 겉으로 강해 보이는 것을 추구하고 또 표면적인 것에 의해 쉽게 그것을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감추어진 강함을 발견하는 일은 낡은 상자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이 되었다. 그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 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은 곧 삶이다.

삶은 흩어진 조각들을 가지고 퍼즐을 맞춰가는 것처럼 완성된 그림을 보지못한 채 걸어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아지는 한조각 한조각의 퍼즐들은 저마다 다르고 작은 모양새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각마다 완성될 그림의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몇개의 조각들을 들고 보이지 않는 그림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걸음에는 ‘믿음’과 마음에 존재하는 그림을 보기까지의 기다리는 ‘견딤’이 함께 존재 하게 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과정을 견디어 내는, 또한 그 존재에 대한 의심없이 계속 걸어가기 위한 믿음의 과정이다.

나의 드로잉 작업은 종이를 펼치기위해 접어가며 시작된다.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어떤 추상적인 이미지나 사물을 종이로 접어간 과정이 담겨있다. 인간의 몸을 대변하기도 하고 언어를 말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손은 종이에 흑연을 묻혀 나감으로 그 결과물을 만들어 간다. 손 하나 하나의 움직임과 터치를 흔적으로 남기며 삶을 걸어가는 것처럼 나의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그림을 바라보며 접어간다. 그렇게 접혀진 종이조각은 내가 마음으로 보았던 그림이다. 그것은 사진속에 어린시절 추억처럼 남겨지고 사라진다. 그리고 나에게는 완성된 오브젝트가 아닌 펼쳐진 종이위에 그려진 모든 과정의 흔적이 남겨진다.

드로잉을 통해 기록되어진 사진속의 이미지는 사라진 오브젝트를 담고있다. 사라짐은 그것의 죽음을 의미하지만 사진속 이미지는 그것을 살아가게 했던 소망이고 그 과정이 남긴 흔적은 진짜 그 삶을 통해 주어진 열매들이 되었다.

작품에 주로 쓰이는 종이나 나무조각들과 같은 재료들은 나에게 자연적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것들이다. 이미 사용이 끝나 버려진 것이기도 하고 쓸모없이 여겨져 방치되어 있었기도 하다. 나는 버려진 조각들에게서 가능성과 의미를 찾음으로 곧 생명이 없던 것이 숨을 쉬게 되는 것과 같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가진 어떠한 목적들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막연한 소망을 담아 한 걸음 걸음 내딪듯 접어간 종이접기는 과정에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다. 길의 마지막에 있길 기대하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보다는, 과정을 걸어감으로써 얻은 것이 진짜 결과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 무시되기도 하고 어떤 기록되어질 만한 결과물이 없어 낭비로 여겨지는 시간과 노력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종이위에 남겨진 흔적이 가진 아름다움을 통해 그 가치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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